항해99의 페이스메이커
‘페이스메이커'는 마라톤에서 많이 쓰이는 개념입니다. 선수들이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기준속도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장내 코치'의 의미로 쓰입니다. 선수들은 페이스메이커를 따라 뛰며 체력을 안배하기도 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기도 하죠.
항해99에도 ‘페이스 메이커’가 있습니다. 멘토님들은 5-10년차 시니어 개발자들이 맡고 있는데요, 수강생들이 가파른 성장곡선을 유지하며 무사히 완주할 수 있도록 함께합니다. 항해99의 페이스메이커, 이바울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백엔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이바울입니다. 항해 99 멘토로 활동하고 있어요.
항해99 멘토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신가요?
항해99의 가장 큰 특징은 IT업계의 현업과 유사한 스프린트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매주 목표로 하는 양을 팀원들과 함께 정하고, 한 주의 끝에 회고를 하는 현업의 루틴을 따르고 있는데요, 저는 주로 회고 시간에 한 주간 어디서 막혔는지, 팀원들간의 소통은 어땠는지 등을 점검하고 피드백을 드리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같은 길을 먼저 걸어본 사람으로서 어떻게 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지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매 기수가 막 시작할 때즈음엔 목표 설정에 도움을 드려요. 첫 주차엔 수강생분들이 굉장히 열의가 넘치기 때문에, 기한 안에 마무리하기 어려운 분량을 목표로 잡는 경우가 많아요. 목표를 담대하게 잡는 게 항해99의 스타일이긴 하지만 목표라는 게 이뤄냈을 때 신나는 법이잖아요.
‘쉽진 않지만, 노력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분량으로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반대로 완성도가 조금 부족해보이거나, 팀의 수준에 비해 난이도가 너무 쉬워보이면 ‘이런 기능을 추가하면 유저들이 좀 더 재밌어 할 것이다’라고 말씀드리기도 하고요. 핵심은 ‘작은 성공을 축적하는 거예요. 그게 쌓이다보면 자신감도 붙고, 개발이라는 업을 즐기게 되거든요.
그렇게 첫 주에 목표를 정하고 나면 2주차부터 마지막 주차까지는 한 주 동안 뭘 개발했고 어디가 막혔는지를 점검하며 피드백을 드려요. 어떤 점을 수정하면 사용자 관점에서 보다 편한 화면이나 기능이 되겠다는 조언도 드리고요. 중간 발표 전엔 발표자료도 같이 보면서 어떤 질문들이 예상되는지 같이 이야기해보기도 합니다.
현업에서 일하고 계신만큼 유저의 피드백이 어떤 식으로 들어오는지 잘 이해하고 계실 것 같아요.
취업 후 깨달은 건, 단순히 개발을 공부하는 거랑 개발자로 ‘일’을 하는 건 조금 다른 영역이라는 거에요. 항해99에서도 이 점을 늘 강조하긴 했지만 몸으로 느끼는 건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저도 완벽한 개발자는 아니지만, 현직자라서 조언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본업과 항해99 멘토를 같이 병행하는 게 힘들진 않으신가요?
개발자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인데, 개발자는 평생 공부해야해요. 그런 점에서 항해99에서 멘토링을 하는 건 제게 본업과 완전히 분리되어있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그 연장선에 가깝죠.
프로젝트 피드백 과정에서 저도 새로운 고민을 계속 하게 되고, 항해99 수강생분들이 저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건강한 자극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수강생분들한테 제가 받는 도움이 제가 드리는 도움보다 훨씬 더 큰 것 같아요.
멘토로 굉장히 많은 수강생분들 봐오셨을텐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이 있을까요?
특별히 한 분이 기억에 남는다기보단, 항해99 수강생들만의 특징이 있는 것 같아요. 소위 Grit*이라고 부르는 걸 다들 갖고 계신 것 같아요.
문제가 있으면 ‘이거 모르겠다, 안된다’하고 포기하는 게 아니라 답을 찾을 때까지 구글링을 하고 그 과정을 팀에게 공유하는 문화가 확실히 항해99엔 자리를 잡고 있다고 생각해요.
- 미국의 심리학자인 앤젤라 더크워스가 개념화한 용어로, 성공과 성취를 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투지 또는 용기를 뜻한다. 단순히 열정과 근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담대함과 낙담하지 않고 매달리는 끈기 등을 포함한다.
언제 가장 보람을 크게 느끼시나요?
어떤 수강생분이 ‘바울 멘토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개발이 재밌어졌어요, 저도 이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는 말을 해주신 적 있어요. 그런 말을 들을 때 굉장히 큰 보람을 느낍니다.
생각해보면 부트캠프가 인생에 있어 굉장히 큰 결정이에요. 99일이라는 게 인생 전체로 보면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지만, 모든게 취준생 시절엔 불안과 싸워 이기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저도 잘 알고 있거든요. 누군가의 가장 위태로운 시절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탠다는 생각이 계속 멘토를 하게 만드는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비전공자 수강생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현업에도 비전공자 출신 개발자가 많이 계신가요?
네, 같이 일했던 분들 중에서도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분들이 많이 계세요. 다들 저보다 훨씬 잘 하십니다. 수강생분들 중에서도 마케팅이라던가 무역이라던가, 전혀 관련없는 다른 분야에 종사하시다 커리어전환을 하신 분들이 계신데요, 그 분들의 열정이 오히려 더 크더라고요.
다른 모든 분야랑 마찬가지로 개발도 전공자가 조금 더 유리한 출발선상에 있는 것은 맞지만, 평생 공부해야하는 직업인만큼 출발선상에서의 차이는 중요한 변수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개발자라는 업을 굉장히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네. 제가 생각한 방법대로 프로그래밍을 하고 문제를 해결해낼 때 오는 희열감이 있거든요. 프로젝트를 하나 끝낼 때마다 느껴지는 ‘내가 해냈다'는 뿌듯함도 좋고요. 실전프로젝트를 경험한 항해99 수료생들은 아마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을거예요.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항해99 실전프로젝트는 정말 취준생 기간에 접하기도, 해내기도 쉽지 않거든요. 사이드 프로젝트 팀원을 구하면 각자의 일정때문에 중간에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은데, 항해99는 프론트엔드랑 백엔드가 붙어서 끝까지 가잖아요. 디자이너와 함께하는 프로젝트 경험은 더 귀하구요. 프로젝트를 넘어서 ‘서비스'를 만들어보는 거라고 생각해요. 개발 스택 훈련은 물론, 커뮤니케이션 스킬까지 저절로 습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죠.
결과물의 퀄리티에도 저는 항해99 멘토로서 굉장히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화상회의 플랫폼이나 이력서 올리는 플랫폼같은 결과물들을 보면 매번 하는 생각이 ‘진짜 상용화 해야한다’예요. 포트폴리오에서 끝나는 게 아쉬울 정도거든요. 항해99 운영진들이 수료생 결과물을 알리는 데 더 힘을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실전 프로젝트는 항해99 커리큘럼의 마지막 과정이기도 한데요. 항해99를 거쳐간 분들이 어떤 개발자가 되길 바라시나요?
저도 항해99에 멘토로서 몸담고 있으니, 제가 어떤 개발자가 되길 바라는지 말하는 걸로 대답을 대신할게요.
첫 번째로는 부드러운 대화를 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어요. 왜냐하면 개발을 하다 보면 일정에 치이기도 하고 몸도 피곤하니 대화하는 게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일을 되게 하려면 대화를 반드시 해야해요. 대화를 부드럽게하면 일도 부드럽게 잘 풀리고요. 대화를 잘 하는 개발자가 결국엔 일 잘하는 개발자인거죠.
두 번째론,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개발이 재밌었으면 좋겠어요. 일이 재밌다는 건 곧 그 일의 의미를 믿는다는 거거든요. 항해99를 거쳐간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스스로 중요하다고 믿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세상을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내는 개발자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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